봉산재

황칠, 우리만의 도료

옻칠은 알아도 황칠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북촌 계동의 계동교회 옆 봉산재(북촌아트센터)는 나성숙 관장의 황칠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가르쳤던 그녀는 어느 날 우리 전통 옻칠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황칠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발전했다.

옻칠이 옻나무 수액을 사용한다면 황칠은 황칠나무의 수액을 정제해 만드는 도료를 사용한다. 특히 황칠나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나지 않아 그 희소 가치가 크다. 당연히 황칠 공예 또한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그 기원은 백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참 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부활했다. 황칠은 얼핏 금칠과 비슷한 듯하지만 금칠보다 은은하고 쉽사리 질리지 않는 그윽한 멋이 있다. 고산 윤선도는 “궁복산 가득한 황금빛 액 맑고 고와 반짝반짝 빛이 나네”라고 황칠을 예찬하기도 했다. 그 양이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일말의 아쉬움이다.

생활 공간이 갤러리

봉산재(북촌아트센터)는 계동길과 접해 있다. 한옥의 담 아래 바깥으로 자그마한 창을 내 개량 한옥의 묘미를 살렸다. 대문을 넘어서면 기세 좋은 처마 아래‘ㅁ’자 형의 아담한 중정이 보인다. 각각의 방은 전시실이거나 전통 찻집이거나 강의실이다. 좌식 구조로 한옥의 고유한 공간 구분을 따른다. 그 가운데에는 김영복 선생의 옻칠 공예품도 있고 나성숙 관장의 황칠 공예품도 있다.

작품이 전시실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회벽이나 주방의 가구, 수납장도 생활 용품이자 곧 작품이다. 화장실 또한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전통 한옥과 우리네 전통 공예가 하나로 어우러져 뿜어내는 매력이 곳곳에 가득하다. 봉산재(북촌아트센터)는 갤러리, 전통 찻집,전통 공예 아카데미 등도 겸한다. 또한 대문과 접한 계동길은 북촌의 예스런 풍경을 간직해 출사지로도 인기다.

奉山齋는 서울 종로구 계동길 87에 위치하고 있습니다.